[연극] 그들의 적 REVIEW - 나는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보았다. 


-엘(el) 리뷰



그들의 적.


언론이 이미 조성한 상황에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고, 각자에겐 자신의 진실이 있다는 언론을 마주하는 개인의 이야기가 중심 스토리이다. 개인이 언론의 잘못된 기사로 인해 자신의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수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힘들어했고, 진실을 말할 수 없도록 언론이 만들어 둔 상황에서 개인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극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와세다대학에 재학중인 세 명의 친구가 파키스탄으로 여행을 갔고, 인더스강에서 카누를 타다가 다코이트라는 무장집단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납치 후 다코이트는 일본정부에 몸값을 요구하고, 정부에서 몸값을 지불하고 학생들은 풀려나게 된다. 당시 이 학생들과 같은 숙소에 머물렀다는 여기자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이미 일본의 언론에서는 학생들의 무지함과 무모함이 국제적인 문제를 만들었으며, 몸값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낭비했다는 등의 비난을 받게 된다. 일본에 돌아온 뒤 대사관 직원과 함께 주간지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당시 학생들과 함께 머물렀다는 여기자를 만나 기사의 진위여부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기자들은 "학생들에겐 학생들의 진실이 있듯, 우리에게도 우리의 진실이 있다."라는 대답을 듣고 이 사건을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고 기사의 진위여부 가리는 것을 포기하며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극 중 등장하는 주간지에 실린 기사의 시작은 "나는 보았다"이다. 하지만 실제 여기자는 같은 숙소에만 머물렀을 뿐 학생들과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눠보지 않았으며, 실제 여기자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여기자의 인터뷰, 즉 언론의 자극적이고 잘못된 기사로 인하여 한 개인의 인생에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과 언론의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기사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극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혹은 멀리나아가 사회에) 주고자 하는 메세지가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엔 주제를 뒷받침하고 설명해야하는 사건이 가볍게 느껴졌고, 우리의 언론과 비교하였을 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의 잘못으로 인하여 개인이 당한 피해를 관객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또는 무겁게.. 그래서 이 언론의 잘못이 큰 문제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섯 배우님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공연임은 분명하다.


그들의 적을 보면서 계속 떠올랐던 공연이 연극 보도지침이다.




86년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보도지침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당시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와 언론의 자유를 탄압받았던 시기를 그리고 있는 연극이다. 언론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사건의 성격도 풀어가는 방향에도 차이가 있다. 두 연극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 실화가 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도지침은 한 국가 전반적인 문제점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87년 6월 항쟁까지 이어질 정도로 큰 문제점이었으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건으로 다뤄질 만큼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연극 보도지침은 당시 언론의 자유를 보장 받지 못했던 기자들이 변화를 위해 싸웠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공감하고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 공연을 통해 언론이 가진 기능과 언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언론이 탄압 받았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단지 공연문화를 넘어 교육적 요소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정서적인 성격의 차이가 있어서 있수도 있고, 모티브가 되는 사건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연극 그들의 적이 좀 더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공연 당시 실제 사건의 주인공과 원작자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었는데, 실제 사건의 주인공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록 이 극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오히려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당시 실제 사건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시 저 사람의 답답한 심정과 언론으로부터 받게 된 고통스러운 시간에 대하여 함께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공감을 끌어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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